나팔꽃 서진이
보라색인가? 파란색인가?
창문 안을 엿보는 나팔꽃
비바람 속에도 피어난 나팔꽃
행여 놀랄라 만지지도 못하고
바라보기만 하는 나팔꽃
물방울인가? 빗방울인가?
이슬방울 머금은 그 자태
하찮은 나팔꽃인 줄 알았는데
가는 줄기로 베란다를 감고
피어난 나팔꽃 한 송이 두 송이
피어난 꽃송이 네 송이나 되었네.
비가 머금고 이른 아침
고운 자태로 영롱한 햇살을 받으면서
눈 비비며 조금씩 피어나는 꽃
아침에도 한나절에도
자꾸만 시선을 끄는 꽃
여름에만 피는 줄 알았던 꽃이
가을에 마디마디 맺히는 나팔꽃
바람 불 때마다 한들한들
혼자 보기가 너무 아까워
여럿이 함께 보니 꽃도 여러 개라
가을바람이 불 때마다
장난하면서 춤을 춘다.
서진이도 따라 춤을 춘다.
보라색 꽃이라고 말하고 싶은 서진이.
2010 9 24 임일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