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
온동네 다니면서 담배 외상값 받으러 다닌 그아이
어리지만 참 예뻤던 담배집 손녀였다.
공주인줄 알아 눈아래로 내려깔고 재수없었던 그아이
엄마가되니 공주는 없어지고 엄마라는 죄인이름만
일자머리 멋 부리려 가름마 타고 실핀으로 귀를 넘기었던 그 아이
무릎닿는 세루치마 헐렁한 내복 내놓았어도
부잣집 공주인줄만 알았던 철 안난 그 아이
어린 마음에 상처를 감추고 공주인척 거만을 배웠던 그 아이
지금 생각하니 한이 많은 어린시절 공주였다.
그아이2
그 아이가 이야기가 되었어도 나의 옛날이었다.
솔방울 굴러가거나 쇠똥 굴러간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상상하며 배꼽을 잡고 웃어댔던 내 젊은날.
오래전 내청춘 오공오 속치마를 풀러서 쇄타를 짜고
벙어리 장갑 조끼 손 뜨개질로 내가 입고 커풀로
내 애들 입히었고 꼬불 파마머리 앙고라 쇄타가 유행
하던 그시절 이름이 애기 엄마라 내이름 인줄 알았던
꽃이 산천에만 피는 것이 아니고 마음속에 이사와서 향기나고
딸하나 아들 둘나면 하늘에 별따기보다 더 힘들다 해서
그런줄로만 알았는데 가장 큰 거짓 이었다.
별은 높고 멀어 어두워야 더 반짝인다고 따지는
못했어도 밤마다 별을 헤다 보니 수많은 삶의
이야기들 예기치 못한 보이지 않는 내일이 오늘
우리들의 추억의 옛날 이야기들은 별들만큼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