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과 순리
유행이란 허영과 사치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에
돈과 시간을 낭비한
긴 세월의 이야기만 남았을 뿐이다
멈추면 보이는 아름다운 경치
시간이 가는 대로 추억은 아름답더라
새로운 것은 늘 찾아오고
지나가는 것은 과거만 남더라.
세월 따라 유행은 변하고 영원한 것은 순리.
우리의 겨울이야기
젊은 날의 겨울에는 눈이 내려도
겨울 낭만이 있었는데
춥기는 하지만 긴 부추 신고
멋을 내 보기도 하면서
하얗게 쌓인 눈을 밟으면
뽀드득 소리가 왜 그리도 재미있던지
짧은 치마가 유행하던 시절
허영과 사치로 누구하고도 팔짱을 끼고
괜히 거리를 걸으면 겨울 여자가
되는 줄 알았던 내 젊은 날의 겨울 추억
지금 생각하니 예쁘지 않던 종아리
캄캄한 겨울밤 긴 부추 신고
연인과 걸었던 신작로
그때의 남자가 지금의 님인데
함께해온 세월은 추억이 되어
젊은 날 유행하던 그 시절
우리들의 겨울 이야기다.
눈 오는 날
눈이 내리면 옛 추억이 그리워진다.
지금은 아스팔트라 빨리 녹아내리지만
신작로에 쌓이는 눈은 새하얀 그림 같았다.
겨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새하얀 꽃송이
햇빛에 반짝이던 찬란한 다져진 눈밭
누구 발짝인가 지워지지 않은 채
밤이 되면 꽁꽁 얼어붙어 사람 냄새나던 눈길
해마다 눈이 내리면
생각나는 그 옛날의 추억
지금도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쌓이지 않고 녹아내리면서.
우리들의 노트
사는 동안 사연을 겪으면서
젊은 청춘은 어느새 노을이 되었고
삶의 무게에 허덕이며
고독을 벗 삼아 말수가 적어지면
하찮은 농담으로 크게 웃어봅니다.
세상이 달라지며 그 순간만은
아름다운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숱한 날들 인기 소설이 되어
노트에 적고 싶은 인생 드라마였습니다.
2015년 임일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