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인 수녀님의 시 모음 ◈6월엔 내가 숲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유월 6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 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6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드려 찬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가위질 예쁜 色紙도 무늬 고운 헝겊도 쏙닥쏙닥 오리길 좋아했었네 기인 머리채도 결 고운 비단도 나를 자르듯 잘라낼 수 있었지만 칼끝 같은 가위로도 도려낼 수 없는 아득하고 아득한 너를 향해 펼쳐진 마음 ◈가을노래 .1 가을엔 물이 되고 싶어요 소리를 내면 비어 오는 사랑한다는 말을 흐르며 속삭이는 물이 되고 싶어요 가을엔 바람이고 싶어요 서걱이는 풀잎의 이마를 쓰다듬다 깔깔대는 꽃 웃음에 취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