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도랑 건너 논둑 길을 지나노라면
이름 모를 꽃들 사이로 뚝 을 바쳐주는 풀잎들
젊은 날의 풍경 돌아가는 길보다
질러가는 논둑길로 가노라면
이슬이고 햇빛 앉은 체 반짝반짝
풀잎 사이 진빨강 연보라색 꽃씨가 날리어
물든 논둑 길 개구리도 꽃이 좋아
기대있다 발자국 소리 놀랐나 툭 나온
동그란 눈에 풀빛 색깔!
이리저리 비켜 가며 물 논에 뚬벙 뛰어들고
초록으로 물든 풀 섶에
숨은 꽃잎도 향기가 있어 들키며
피고 지고 논두렁 뚝 을 감았는데 사잇길은 없어지고
신작로 길가에 밀려나와 꽃밭이 되었더라.
한땐 곱기도 했건만 시들어 고개 숙이고
예쁜 모습 보여주고 가는 세월의 뒤안길
외롭고 고독이 밀려오면 하찮던 지난날이
그리움에 사무쳐 젊은 날 웃던 얼굴들을 그려보면
장미가 우리 꽃인 줄 알았는데
시대 따라 변해버린 내가 다니던 논 뚝 길은
전부 파헤쳐 건물들이 들어서 도시
흉내를 내고 있더라. 어느날에
풀꽃에게
하늘엔 풀솜 땅엔 풀숲 신작로 가에는 풀꽃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마당울 환하게 해주는 이름모를 정겨운 꽃밭
아파트 공원에도 숲 사이로 삐죽이 내미는 저마다의 풀꽃
거친 비바람 이기고 지쳐 늘어져 땅바닥에
누어서 풀 줄기에 널부러져 피어있는 풀꽃인 줄만 알았는데
어느세 백일홍 풀잎사이 코스모스 꽃밭으로
수줍게 미안하다고 주눅 들어 피어있는 시들시들한 풀꽃
늙어버린 우리 보는 것 같다.
한때 반짝반짝 빛나는 풀꽃이 아닌 적 있었나?
햇빛 받아 곱게 피면서 나에게 하는 말 나를 잊지 마세요.
어떻게 너를 잊어 내 모습인 걸 너도 내가
안 보여도 나를 잊지는 말아줘 예쁘게 피고 지고
가을이 깊어가면 입은 옷을 벗어 얇아지며
단풍잎으로 물들어 하늘엔 풀솜 땅엔 풀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