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믿음 온유 사랑>

시/좋은글ㅡ 명언

법정과 최인호 산방 대담

우리들 이야기 2020. 4. 21. 10:48

제 목 :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법정과 최인호의 산방 대담

 (김성봉 서정현 펴냄, 여백미디어 2015)

 

 

 

"무소유의 수행자 법정, 불세출의 작가 최인호

행복과 사랑, 시대와 죽음에 대해 남긴 마지막 이야기" 

 

<들어가는 글> 

◎ "스님, 스님께선 어느 책에서나 죽음이 무섭지 않다고 하셨는데 정말 무섭지 않습니까?" (최인호)

"죽음을 인생의 끝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죽음을 받아들이면 사람의 삶의 폭이 훨씬 커집니다. 사물을 보는 눈도 훨씬 깊어집니다. 죽음 앞에서 두려워한다면 지금까지의 삶이 소홀했던 것입니다." (법정) -p27

<내 용>  

1부. 언젠가는 나로 돌아가리라

밤이 내려야 별이 빛나듯 - 행복이 시작되는 지점

 

◎ "기침 때문에 잠을 깼을 때마다 차를 마시고 있는데, 새벽녘에 마시는 차 한 잔이 별미더군요. ...

이렇게 행복이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늘 내 안에 있습니다. 내가 직면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고통이 될 수도 있고 행복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에는 기침이 나오면 짜증이 나고 심할 땐 진땀까지 흘렀지요. (법정) - p37

 

◎ "당뇨가 없었더라면 산에 안 더녀겠지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산에 갑니다. 어떤 뚜렷한 목적이 있다면 10년이나 못 다녔죠.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격렬하게 호흡하고 땀을 흘리는 것, 저는 그걸 정말 좋아해요.청계산은 내 산이다 생각하며 산을 오르는데 참 행복합니다, 행복이란 받아들이기 나름이란 스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최인호) -p39

 

 최인호가 물었다. “행복이 시작되는 지점은 어디입니까?” 법정이 답했다. “소욕지족(小欲知足), 작은 것을 갖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알면 행복을 보는 눈이 열리겠지요. 일상적이고 지극히 사소한 일에 행복의 씨앗이 들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그것은 고마운 일이 될 수도 있고 불만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p41

 

 최인호/  행복의 기준이나 삶의 가치관도 세월에 따라 변하는것 같습니다.저도 젊었을 때는 남보다 많이 성취하거나 소유할 때 행복이 오는줄 알았는데 카돌릭신자로 살다보니 그런것만도 아니더라고요.예수그리스도는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어요. 지금은 '마음이 가난한 자는 행복하다'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가난 자체가 행복한 것은 아니죠. 사실 빈곤과 궁핍은 불행이잖습니까. 마음이 가난하다는 말은 ,행복이란 마음에서 비롯되다는 의미인것 같습니다. 같은 온도에도 추워 죽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정신이 번쩍 들도록 서늘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작고 단순한 것에 행복이 있다는 진리를 요즘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피천득 선생님글에 '별은 한낮에도 떠 있지만 강열한 햇빛때문에 보이지 않을 뿐'이라는 내용이 있지요. 밤이 되어야 별이 빛나듯이 물질에 대한 욕망 같은 것이 모두 사라졌을 때에야 비로소 행복이 찾아오는것 같아요.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하면서도, 요즘 사람들은 행복이 아니라 즐거움을 찾고 있어요. 행복과 쾌락은 전혀 다른 종류인데 착각을 하고 있지요. 진짜 행복은 가난한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p 42

 

◎ 최인호/ 작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보는 눈, 그런 눈이 보통 사람에게는 없어요. 그 눈을 어떻게 떠야 하지요? 대게는 심 봉사 처럼 공양미 3백 석이 있어야 눈이 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뜨면 되는데. -p45

 

그 사람을 통하여 우주를 바라보게 되는 것  - 사랑의 원형

 

◎  법정/ 사랑이라는 건 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풋풋해지고 더 자비스러워지고 저 아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이지요. 사람이든 물건이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소유하려고 하기 때문에 고통이 따르는 겁니다. ... 소유하려 들면 텅 빈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사라집니다.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야 해요. 사랑도, 대인 관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 p49

 

 사랑이라는 종교의 아름다운 성소 - 억겁의 인연, 가족

 

◎ 최인호/ 짐승들이 서로의 상처를 핥아 주듯이, 가정은 서로의 온갖 상처와 불만을 치유해 주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p63

 

◎ 법정/ 아무리 속상해도 막말은 하지 마라. 막말을 하게 되면 상처를 입히고 관계에 금이 간다. 자기가 말한 것에 대해 언젠가는 책임을 져야 하니 어떤 일이 있어도 막말은 하지 마라. -p66

 

주인공아 속지 마라 - 진정한 나에게 이르는 길

 

◎ 최인호/ 스님의 책 『버리고 떠나기』에는 "난 무엇이 되고 싶지 않고 난 나이고 싶다"라는 구절은 누구도 닮지 않고 나다운 내가 되고 싶다는 것이지요 - p72

 

◎ 최인호/ 모든 사람이 남에게 보이는 자기 모습에 온 정성을 쏟고 있다 보니 본래의 '나'가 상실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p75

 

말과 글은 그 사람의 삶을 드러낸다 

 

◎ 최인호/  말은 참으로 신령한 것이고,  말의 능력이 곧 하느님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경에도 태초에 말이 있었다고 하거든요.  「어느 17세기 수녀의기도」를 보면 아주 좋은 말이 나옵니다. 이런 식이에요. "주님, 제가 늙어 가고 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제발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는 않게 해 주십시요."

저도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수녀는 이런 말도 했지요.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이 말도 참 좋더라고요. 지식인이라면 무슨 말이든 한마디 해야 할 것 같은 강박 관념에 사로잡히곤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말의 양이 아니라질이 중요하지요. 이제는 말수는 적어도 마음이 실려 있는 말을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태인 속담에 이런말이 있지요. '나이가 들 수록 말문은 닫고 지갑을 열어라.' -p91 

 

2부. 백년의 명상

한 마디의 말

 

남은 생을, 그리고 다음 생을 위하여

-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

 

어지러울수록 깨어 있어라

-  시대 정신에 대하여

 

 최인호/ 간디는 우리를 파괴하는 일곱 가지의 증상이 있다고 했는데요, 일하지 않고 얻은 재산, 양심이 결여된 쾌락, 성품이 결여된 지식, 도덕이 결여된 사업, 인간성이 결여된 과학, 원칙이 없는 정치, 희생이 없는 종교, 위기의 시대에 인도에서 간디가 한 말이 우리 현실과 다 들어맞으니 기가 막힌 일이죠. -p.125

 

◎ 법정/  무엇을 갖고도 만족할 줄 모르고 고마워할 줄 모르는 그 끝없는 야망은 분명히 병입니다. 그리고 자기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넘치는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허우적거리는 것도 분명히 현대인의 병이죠. 아는 것이 많다고 해서 행복한가,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p.125

 

◎  최인호/ 목이 마를때 갈증을 해소하는 방법은 맑은 물을 마시는 일뿐인데 현대인은 술이나 달콤한 음료를 찾지요. 그것은 갈증을 더할 뿐 결코 우리의 목을 적셔 줄 수는 없어요. -p126

 

 법정/ 깨어 있다는 것은  자기를 관찰하는 것이지요. 내 화두이기도 한 나는 누구인가 같은 문제가 그 깨어 있음에서 나옵니다. 순간순간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정신이 잠들 수가 없지요. 다시 말하면 자기 중심이 잡히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대인 관계며 자기가 하는 일이 잘못될 수가 없어요. 깨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맑고 투명한, 자기를 응시하는 시간을 갖지 못하면 편견이 생겨요. 어떤 이해관계라든가 기존의 고정 관념이 작용을 해서, 순수하게 응시하지 못하게 하고 가치 판단을 흐리게 만듭니다. -p131

 

 심 봉사가 공양미 3백 석을 바치고도 눈을 못 뜨다가 왕비가 된 심청이가 벌인 맹인 잔치에 가서 아이구, 내 딸 청아.” 하고 눈을 뜨지 않습니까? 사람은 모두 공양미 3백 석이 있어야만 눈을 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공양미 3백 석은 있어야 한다는 자기 논리, 그게 일종의 바보의 벽이겠지요. 우리의 삶이 정말 맹인 잔치인 것 같습니다. 성경에도 그런 말이 있습니다.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듣고 눈이 있으면 보라.’

심 봉사가 눈을 번쩍 뜨는 것처럼, 그런 눈으로 사물을 바라 볼 수 있으려면 오히려 공양미 3백 석을 없애야 합니다.

지금은 23평에 살고 있지만 30평 아파트를 산다면 행복해질 것이다.’

우리 남편이 지금 과장이지만 부장이 된다면 행복해질 것이다.’

우리 아들이 서울대학교에 들어가면 행복해질 것이다.’

그런데 그게 행복의 기준이 아니거든요. 공양미 3백 석이 없어도 뜰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의 삶은 기적의 연속이지요. 사랑도 첫사랑, 첫 키스가 아름답듯이 사물에 대한 인식을 첫 키스처럼 한다면 우리의 삶은 신선하게 다가오지요. 그렇지 않고 늘 본 풍경이나 늘 본 만화책처럼 인생을 산다면 억울하지요. -p.132

 

  참된 지식이란 깨어 있음인 것 같아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성, 지식인이 아니라 지성인이겠지요. 문자 그대로 깨어 있는 사람, 지성인이 지식인과 가장 다른 점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남을 변화시키려 하기 보다는 스스로 깨어서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 -p139    

 

 

 고독을 즐기고 외로움을 받아들이라 - 고독에 대하여

 

 법정/  사람은 때로 외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외로움을 모르면 삶이 무디어져요. 하지만 외로움에 갇혀 있으면 침체되지요. 외로움은 옆구리로 스쳐 지나가는 마른 바람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그런 바람을 쏘이면 사람이 맑아집니다. -p.142

   

◎ 법정/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고독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도 받아들여야죠. (p.146)

 

 

 법정/ 무엇에도 쫒기거나 서둘지 않는 것,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과 상황에 순응하는 것, 그러면서 순간순간 자신의 삶을 음미하는 것, 그것이 느리게 사는 것, 여유 있게 사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삶의 귀한 태도이지요. -p147

  최고의 용기는 용서를 구하는 것 - 배품과 용서, 종교

◎ 법정/ 도 살아 있을 대 사람 구실을 하듯이 물건도 지녔던 사람이 죽으면 그 빛을 잃는 것 같아요. 살아 있을 때 염주라도 하나 주면 감사히 받는데 물건의 주인이 죽고 나면 뭔가 께름칙하고 선뜻 받게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 나도 누구에서 뭔가 주고 싶으면 살아 있을 때 줘야겠구나, 죽은 다음에는 내가 가졌던 물건들도 동시에 빛을 잃고 생명력을 잃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p 152

    

◎ 최인호/ 폴 클로델의 기도에 "주님, 저에게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을 주소서. 그리고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p 169

 

죽음 또한 삶의 한 과정 - 죽음이라는 여행

 

 법정/ 의 나이를 의식하는 자체가 벌써 늙음입니다. 사람의 명이란 것이 한정되어 있는 게 아니지요. 갓 태어나 갈 수도 있고 열 살 살다가 가는 수도 있고, 요즘에는 사건 사고가 많기 때문에 제 명대로 사는 경우가 드물지요.  

인도식 인생관으로 생각하자면 우리의 육신이란 잠시 걸치고 있는 옷을 뿐입니다. 육신에는 세월이 있을망정 영혼에는 나이가 없기 때문에 영혼의 나이를 생각하며 산다면 지금 ‘ABC’부터, ‘하늘 천 따 지부터 시작해도 되는 겁니다. 내가 이 나이에 뭘 하겠느냐고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 성장을 포기하는 일이지요.  

동서고금의 위인들 생애를 보면 늘 새로워지려고 노력하고 죽는 그날까지 탐구를 멈추지 않았어요. 그런데 우리는 일찌감치 틀에 갇힌 채 내 나이가 벌써 불혹이구나’, ‘고희인데 하는 생각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포기합니다. 아인슈타인도 그런 말을 했지요? 어떤 천재도 자기 능력의 2퍼센트밖에 쓰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p.174

 

◎  법정/ 죽음을 삶의 끝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생각들이 확고해지면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있어요. 거부하려 들면 갈등이 생기고 불편이 생기고 다툼이 생기는데, 겸허하게 받아들이면 편안해집니다.  -p.176

    

◎ 법정/ 동물인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풍상에 씻겨 추해집니다. 그만 몸을 바꾸라는 소식 아니겠어요? 때가 되면 폐차 처분하고 새 차를 갖듯이 말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죽음이란 조금도 두려워할 것 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대신 내가 지금 이 순간순간을 얼마나 나답게 살고 있는지가 우리의 과제이지요. 현재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쓰고 있느냐, 또 이것이 이웃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를 늘 생각해야 합니다.

죽음 앞에서 두려워 한다면 지금까지의 삶에 소홀했던 것입니다. 죽음은 누구나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자연스러운 생명 현상입니다. -p.177

 

◎ 최인호/ 현대인들은 죽음을 불길한 것으로 여기면서 즉흥적이고 찰나적이며 현실적인 것에만 가치를 두고 있지요. 죽음을 잠시 저쪽에다 방치해 놓고, 마치 없는 것처럼 생각을 안 하고 있으니까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의 문제가 내 앞에 닥쳐왔을 때 당황하고 마치 피살당하는 것처럼 죽게 되지요. 물론 죽음이 나의 문제로 다가올 때는 두렵고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이 나에게 왔을 때 통곡하고 분노할 것인가, 아니면 두려움에 떨 것인가, 죽음에 대해 좀 더 자주, 깊이 생각하려고 합니다. -p.180

 <나오는 글> 

◎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의 금언 "꽃잎은 떨어지지만 꽃은 지지 않는다"

꽃잎은 해마다 피고 떨어지지만 꽃은 영원히 지지 않는다. 법정이란 이름의 그대는 꽃잎처럼 떨어졌지만 하늘과 땅이 갈라질 때부터 있었던 본지풍광과 부모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그대의 진면목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잘 가십쇼, 큰형님. 법정이란 허수아비의 허물은 벗어 버리고 지지 않는 꽃으로 성불하십시요. -p188

 

◎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헛맹세에. 어느 날 봄날은 오고, 그리고 봄날은 언젠가 갈 것이다. -p.190  <장사익의 봄날은 간다의 오래 가사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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