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한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그러던 차에 신문에서 소개된 역사책 한 권이 나의 시선을 끌었다. 지금까지 텍스트로만 이해해 왔던 역사적 사실들이 지도라는 공간 위에서 춤추고 있었다. 한반도, 아니 넓게는 중국 대륙까지 우리 역사를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왼쪽에는 많은 양의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고구려 시대때 우리의 영토 영역은 물론 독립운동의 무대였던 중국지역까지 하나하나 지도 안에서 살아나고 있었다. 역사에 관심있는 누구라도 한번 보면 빠질 수밖에 없는 매력 있는 책을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 느낌이다.
재미있는 지도책 |
내용 편집/구성 |
| Warfare Arch | 2005-0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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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도우사(左圖右史).
'당서 양관전' 을 보면 '좌우에 지도와 사서를 함께 놓고 공부했다' 는 기록이 나온다. 늘 그렇지만 김용만의 책은 주인장에게 새로운 코드를 하나씩 제시한다. 그의 첫 작품인 '고구려의 발견' 에서 그는 전성기 고구려의 외교력과 영향력을 거꾸로 보는 지도로 제시했고, '고구려의 그 많던 수레는 다 어디로 갔나' 에서는 고구려인들의 생활상을 세밀하게 묘사했으며 '인물로 보는 고구려사' 에서는 숨겨져 있던 고구려의 여러 위인들에 대해 소개했으며 '새로 쓰는 연개소문전' 에서는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원사료들을 등장시킴으로서 우리 역사 이해에 새로운 장을 열었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좌도우사' 라는 코드를 주인장에게 보여줬다.
이번에는 지도다. 극히 단순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 아닌가. 역사 공부를 하는 사람치고 지도를 옆에 끼고 살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당장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만 봐도 모르는 지명이 많은게 당연하고 글을 쓰다가도 인터넷으로 지도를 찾아보는 것이 다반사인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 역사 공부를 하면서 실제로 마땅한 역사 지도가 없어서 공부하는데 여간 어려웠던 것이 아니다. 우리가 중, 고등학교때 받은 교과서 중에 역사부도와 사회과부도라고 하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나마 거기에 나와있던 지도를 보고 아쉬움을 달랬던 기억이 났다.
내가 한번 지도를 그려서 정리해볼까? 하는 생각을 안해본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건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물론 주인장도 나름대로 그려놓은 지도가 있다. 예전에 박영규라는 사람이 어떤 고구려 관련 책을 냈는데 거기에 어찌나 황당한 지도를 많이 그려넣었는지, 너무도 황당해서 이 정도 지도도 책으로 실리는데 내가 그려도 이것보다 훨씬 낫겠다 싶어 지도를 그렸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공개할 예정이니, 여기서는 넘어가도록 하겠다. 암튼 지도만 가지고도 역사의 흐름을 꿸수 있는 그런 자세한 지도책을 하나 내는게 주인장의 작은 소망인데 그런 주인장에게 이 책은 좋은 지침서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일단, 각 장마다 그려진 올컬러 지도는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230여장에 달하는 지도의 방대한 양에도 놀랄 뿐이지만 그 지도가 하나같이 멋드러지게 그려진 컬러풀하다는 사실이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좋게 한다. 물론 개중에는 서로 다른 색으로 표시된 부분들 사이에 너무 비슷한 색으로 표현되서 알아보기 힘든 지도도 있지만 대부분의 지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지루하지 않게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 안에는 그동안 전혀 생각치 못 했던 내용들도 담겨져 있다. 그간 강단사학계에서 긴가민가, 정정당당 대접받지 못 했던 역사들이 여기에는 자랑스럽게 실려 있다는 사실이 또 마음에 든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고구려의 최전성기를 표시한 지도라든가, 고려 시대 공험진을 포함한 동북 9성의 범위 등이 그려진 지도가 바로 그것이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그런 사실들이 지도와 함께 다가오면서 우리는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 것이다.
먼저 이 책은 주인장이 주변 사람들에게 '초보자를 위한 한국사 개설서' 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지도와 함께 그에 관련한 내용이 함께 하고 있어 읽는 사람은 거의 부담감없이 역사를 접할 수 있으며 그 내용이 너무 어렵지도 않기에 기억하기도, 이해하기도 쉽다. 우리가 6년간 학교에서 배웠던 국사책의 내용을 토대로 그보다 조금 더 재미있고 새로운 내용들이 넛붙여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쉬운 역사, 재미있는 역사, 부담없는 역사가 책 첫장에서부터 읽는 이로 하여금 책을 계속 읽게 만든다. 조금 더 재미있는 국사책과 역사부도를 합친 책이라고 말하면 이 책에 대한 성격을 잘 나타낸 것이 아닐까?
그 다음은 폭넓은 사고와 서두르지 않는 역사 해설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첫장은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로 시작해 청동기시대까지 아우른 다음 고조선으로 넘어온다. 그런데 선사 시대에 대해서 논하면서 그 시각의 폭을 상당히 넓혔다. 그동안 지리적으로 막혀왔던 우리의 사고를 시원하게 넓혀주고 한반도가 아닌, 동아시아를 배경으로 폭넓게 한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또한 세형동검, 비파형동검, 미송리식 토기 등 대표적인 고조선 시대 유물들을 근거로 고조선의 세력권을 표시하는 등 고고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좋은 모습이다. 단순히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를 재탕해서 전하는데 그친게 아니라 원사료를 그대로, 직접 해석해 생동감있는 역사를 전달한다는 점이 읽는 이로 하여금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다.
또한 지도에 경계선을 표시할때 선으로 절대 표시하지 않았다. 색이 들어간 면으로 처리한 것이 보기 좋았다. 고대에는 오늘날같이 지도상에 칼로 그은 것처럼, 자로 잰 것처럼 확실하게 영토가 나워져 있지 않았기에 선보다는 면으로 뭉뜽그려서 세력권을 표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하겠다. 특히 요서 일대만 하더라도 5세기를 지나면서 중원 세력과 붕방 세력, 고구려간의 완충지로 존재했기 때문에 그 일대에 대한 영토를 누구 것으로 딱 정해 표시하기가 어렵다. 1년 기준으로 변하는 지도를 그린다면 몰라도 말이다. 이는 한강 일대에서도 마찬가지였으며 만리장성 부근에 대한 경계선 표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의 모든 지도에 실선 아니면 점선으로 경계선이 그려져있어 주인장이 늘 아쉬웠는데 이번에 이 책에서는 그런 아쉬움을 말끔히 씻겨줬다.
쉽고 재미있고,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면서 멋들어진 지도까지 곁들인 책. 그야말로 초보자를 위한 최고의 역사 개설서가 아니겠는가. 더군다가 그 역사의 장은 고대사나 중세사에서 멈추지않고 근현대사까지 아우르고 있었다.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국사책 하권 끝까지 배우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렇다고 본다면 이 책은 비단 초보자뿐만 아니라 역사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단순히 쉽지만도 않고,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은 책. 중도(中道)를 걸었다고 해야 하나. 일반 대중들에게 이런 책이 많이 알려져야 우리 역사를 알리고 지키고 살리는데 도움이 된다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이런 류의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주인장이 김용만의 책을 즐겨보는 이유가 있다.
그 첫째는 새로움이며, 둘째도 새로움, 셋째도 새로움이다. 늘 남이 하지 않았던 분야를 연구하고 남이 보지 못하는 사료를 하나하나 접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역사를 재해석한다. 이 책 역시 저자의 오랜 집필, 연구 스타일이 잘 배어져 있다 하겠다. 이 정도면 한번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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