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된 그대
그대의 꽃이 되어 은은한 향기로 남아
세월이 흘러간 자리마다
나의 흔적을 향기로 남기고 싶습니다.
비가 오는 날도 바람 부는 날도 해가 뜨는 날도
함께 바라보며 웃을 수 있는
꽃이 되어 향기를 남기고 싶습니다
수많은 꽃이 오색으로 물들어도
오래가면 변하지만 세월이 가져다 놓은 내 자리는
시들지 않는 향기 나는 들꽃으로 피어나고 싶습니다.
비바람 맞으며 돌 틈 사이에 이름 없어도 향기 품는 들꽃으로
아침 해가 가는 자리마다 그림자를 남기듯이
세월이 가는 길은 추억의 그림자가 되어 짙어가는
황혼빛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저녁노을로
가슴이 답답하면 넓은 하늘이 되어주는 한 사람
타오르는 태양에 땀방울이 맺어도
바람 불어 말려주고 밤이슬 맞고 피어나는 풀처럼
윤기 나고 촉촉하였습니다.
중년이 노을을 향해가도 서로가 귀한 친구가 되어
작아지는 자리를 두 개의 자리로 이어놓고
나를 속이면 이유가 있겠지? 그냥 속아줄 것입니다.
무거운 짐 나누어지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슬퍼지며
가볍게 가는 길을 더 사랑하였습니다.
하찮은 나의 존재가 이익을 따라가고
한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낮에는 해가 되고 밤에는 별이 되어 나이가 들어도
둘이 비추면서 우리들의 노을을 아름답게 가꾸고 싶습니다
세월이 가져다준 나이 속에 젊음이 녹슬어가고
둘이 함께 걸어 온 길이 허무해질 때면
바라볼 수 있는 그대가 옆에 있어 세상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