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믿음 온유 사랑>

나의 글/(시) 이야기

혼밥 혼술

우리들 이야기 2021. 1. 26. 14:19

 

토끼풀

봄을 알리는 논에 나는 논 냉이

자주색과 보랏빛이 섞여진 자운영꽃

사이사이 논 냉이

꽃은 하얗고 연할 때는 냉이었는데

냉이꽃과 자운영꽃 실핀에 매달아 끼면

귀여운 소녀였지.

이꽃 저꽃 논에 가득했던 꽃은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논에는 아파트만 들어섰더라.

가꾸지 않아도 철 따라 알려주는 봄 싹

자운영이 지면 토끼풀로 손목시계를

만들고 놀았는데 얼마 안 가서 시들어

버리지만 손목에 걸었으니 손목시계였다.

논에는 벼 심기 전에 자운영 냉이

토기 풀이 어울려 제비꽃도 피었지.

토끼풀 엮어서 목걸이도 만들고

가락지도 끼면은 한 세트가 되었어라.

솜씨 있는 애들은 깔끔하고 예쁘게

만드는데 나는 뭐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남들이 만들어 주면 처다 만 보았다

 

 

 

혼밥 혼 술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되었어도

우리들의 마음의 거리는 두고 싶지 않습니다.

비가 오면 함께 젖고 눈이 내리면

하얀 마음 나누고 싶지만

거리 두기로 말수도 적어졌으니 누구는 잘된

일이라고 할지 몰라도 나는 심심하답니다. 

밤이면 연속극 함께 보고 창밖에 별들이 솟아

있을 텐데 커텐을 드리웠으니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노래 부르는 것도 아니고 성한 몸이라면

춤이라도 추면서 쓸데없는 소리로 하면

웃던 사람이 지금은 말이 안 되는 농담을 하면

한심하다 하는데 그 말이 야속하게

들리지 않으니 마음도 보이나 봅니다.

밥을 먹을 때는 반찬이 되어주고 술을 마실 때는

안주가 되어주니 혼 술이 아니고

혼밥 이 아닌 것은 내가 살아있기에 만들었나?

마주 보는 거리는 있어도 마음은 하나랍니다. 임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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