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
사나운 바람이 붑니다.
태풍인가 봅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일고
수풀이 흔들립니다.
눈만 뜨면 보이던
창밖 나무의 이파리가 떨어져 날립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가지가 부러질까 염려됩니다.
풀잎들이 엎드려 일어서지 못합니다.
밭고랑 콩 이파리마다
열매를 맺으려는데
비켜 가면 좋겠습니다.
노점상들이 물건을 펴놨다가
다시 보따리에 담습니다.
하늘을 쳐다봅니다.
하늘은 더 무섭게 검은 구름과
바람이 불어 대고 있습니다.
날라가 버릴 것 같은 거리에
바쁘게 바람을 헤치고 걷는 이들이 보입니다.
그 속에 끼어서 함께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누군가 그렇게 걷고 있습니다.
그렇게 걷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