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
세월이 휩쓸고 간 자리는
초라한 현실에 서 있더라.
빛과 함께 날마다 찾아오는 아침
그날이 그날 같아도 쉴새 없이
밖에서는 세월을 만들어
유행 따라 사람들도 가더니
나무꽃은 피고 지는 데로 나뭇잎이 바쳐주고
새 풀은 땅을 덮고 거리는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사람들과 나
웃음 속에 아픔을 안고 살아온 날들이
그리움이 물들어 돌아갈 수 없는 젊음의 날이여
가난하고 험한 세상과 싸웠어도
순간순간 낭만에 젖은 삶의 이야기들
할 일이 태산 같아 지겨웠던 그때가
청춘이었기에 그리운 날들이 되었나 보다.
세월이 간 자리 서로 다른 모습으로
바꿔놓았어도 고독과 외로움이
친구가 되어 나를 감싸고 오늘의
할 일을 생각하게 하는 이른 아침
창문에 비치는 나뭇잎 그림자가 흔들리니 바람이 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