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일기
장마인 줄 모르고 비닐우산에
여름비는 짓궂게 적시던 날 골목마다
쌓인 비는 수로를 넘쳐나
위로 성난 듯이 거품을 내고
남들은 언니 오빠가 우산을 들고
우비를 가지고 교문밖에서 기다리는데
한 꼬마는 곤색 우비를 쓰고
비를 철철 맞고 신작로를 걸어가는데
몰아치는 빗줄기 얼굴을 때리고
돌아서서 뒷걸음으로 걷는 딱한 학생
포장이 안 된 신작로는 빗줄기에
먼지 물은 다리에 뛰기고
왜 그리 꼬마에게는 집이 멀었는지
고무 신 이 젖어 맨발 속에 물이 하나고여
질컥거렸던 그 어린 학생이 누구일까?
나의 어린 비 오는 날의 여름 일기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어릴 때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