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보내며 햇살 품은 숲 이끼 두른 바위 사이 심연은 푸르다 못해 짙푸르게 물들어버린 초가을 산아 매미 따라와서 매미 가면 떠나가는 늦여름 풀벌레 새벽안개 맞으며 구슬피 울어대는 문턱에서 비바람에 지쳐 쓰러진 가지마다 일어나려 용쓰는데 창문 틈 사이 스며대는 가을 냄새 소녀의 볼처럼 빨갛게 익어버린 산딸기 알알이 익어가는 자주색 포도송이 땅거미 지면 별 보며 여름 이야기 더위와 장마 동반하다 푸른 숲에 고운 옷 준비하고 먼 길 떠나려 한다. 여름 그림 한 폭을 가슴에 남긴 채 어느덧 창문을 닫아놓은 여름을 보내고 있다 초가을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