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믿음 온유 사랑>

나의 글/사는 이야기

무서운 이리떼

우리들 이야기 2020. 10. 18. 10:55

 

 

 

사고

애들이 서울에 다 있어 그때만 해도 택배가 없을 때라

젊은 엄마는 먹을 것을 자주 어깨에 메고 들고

찾아갔고 기차표를 예매해서 돌아올 때는 자리가 있었다.

역전에서 여자들 다섯 명이 타더니 자석이 모자라니까

나에게 양보를 해달라 하기에 세 사람 앉았다.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닌데 자기들의 떠드는 소리는

서로가 낄낄대며 자랑만 하더라

그것도 돈 자랑 잘 사는가 보다 했는데

차 안에 구루마를 밀고 다니며 장사하는 홍익원

그 여자들 앞에 멈추니까 딱 다섯 개의

음료수를 사고서 서로가 돈을 안 내려고 하더라.

아니 나한테 자리 양보 해달라 하고

음료수 하나가 뭐라고 그들의 심보를 보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이해가 안 가고

아무리 돈이 많으면 뭐 하나? 제대로 쓸 줄 모르니

음료수 별로지만 그 뒤로는 물병만 봐도 그때

생각이 나는 것 보면 내게는 상처가 남았나 보다.

직접 본 일이라 오면서 그들 욕을 하다가 욕할

가치도 없다고 저런 사람이 내 나라에 사는 것이 부끄러웠다.

기가 막혀서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지금 현실을 보니 그때 일이 생각난다.

 

임신복

모이면 반갑다가도 저만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버스나 기차 비행기도 노약자의 자리가 있듯이

추석 전날 쇼파에 노인과 임산부가 양쪽으로 자고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듯했는데 차 안에서 운전사 뒷좌석

제일 안전한 곳에 임산부나 노약자 자리

우리 때는 배가 불러오면 죄지은 것처럼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텃세 부리는 것 같으니

대단한 일 했다고 남보다 더 앞서간다며

배를 더 내밀고 다니는 것 같은데 사실은 배가

불러오면 앞으로 내밀어야 편하니까 자동적이란다.

내가 봐도 이쁘다. 임신복도 패션 얘를

분만하고도 입을 수 있게 디자인도 편하고

멋있게 만들었으니 머 요즘은 임산부 배려를

잘해주어 남편까지 육아휴직 한다니

태명도 이쁜 이름으로 기억에 남기고 갈색

원피스 임신복 입은 배부른 조카딸에서

노랑 원피스에 쌘달 머리를 위로 짬 매고

마당 계단에 찍은 모습은 다섯 살쯤 보이는

꼬마가 임산부가 되었으니 한 시대가 지나갔다.

우리 때도 흔치 않은 임신복을 입었으니

시누이들이 솜씨가 좋아 양장점 해서 쉽게 얻어 입었지.

애들 생일이 늦은 봄 늦은 여름 한겨울

허리가 없는 긴 원피스 짧은 원피스 겨울 밤색

벨로아 원피스 분만하고도 겨울 원피스는 나의 외출복

다양하게 임신복은 철 따라 달랐지만

기성복이 아닌 시누이들이 솜씨가 묻은 이쁜 임신복이었다.

 

 

 

 

 

무서운 이리떼

가을꽃이 국화라면 아직 못다 피어있는

은행잎으로 늦가을 알리는데

거리엔 왜 그리 이리떼가 득실대는지

무서워서 거리를 못 나가고 방 콕 하는데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이리떼로

둔갑하여 무서운데 그보다 더 심각한

기득권들 이리떼가 되어서 여기저기

가을꽃 짓밟고 다녀도 어둠이 내려오면

아침마다 이슬에 젖어 국화와 나무꽃이

축축하게 젖어있지만

햇빛은 꽃잎 위에 놀 듯이 세상도

한쪽에서는 꽃이 피고 저쪽에서는 지면서

고르지 않기에 매력이 있나 봅니다.

물어뜯는 이리떼와 싸움하느라

온 세상이 목마르다고 아우성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가을 산은 아름다운

잎새를 만들어 누구에게 보여 줄 것인가?

보아주는 이 없다고 시집 못 간 처녀가

캄캄한 밤에 몰래 울며 나뭇잎 적시었는데

햇빛이 용용 죽겠지? 웃으며

그사이 가을 잎새는 더 이쁘게 물들어

가을의 한가운데 와있습니다.

국화축제 하는 늦가을

행사까지 접었으니 사람들이 철 따라

꽃이며 아름다운 곳은 사람잔치.

아직은 가을이라고 못다 핀 잎새들만 피고

지고 설악은 단풍이 절정이라지만

백양사는 아직이라고 느긋한데 백양사

길목에 붉게 물든 작은 단풍잎들 이맘때면

떠 오릅니다. 다음 중에 가볼까?

콧바람이 쐬고 가을 냄새 담아두게

그곳은 이리떼는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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