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믿음 온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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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임신복>

우리들 이야기 2020. 10. 19. 14:34

 

사고

애들이 서울에 다 있어 그때만 해도 택배가 없을 때라

젊은 엄마는 먹을 것을 자주 어깨에 메고 들고

찾아갔고 기차표를 예매해서 돌아올 때는 자리가 있었다.

역전에서 여자들 다섯 명이 타더니 자석이 모자라니까

나에게 양보를 해달라 하기에 세 사람 앉았다.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닌데 자기들의 떠드는 소리는

서로가 낄낄대며 자랑만 하더라

그것도 돈 자랑 잘 사는가 보다 했는데

차 안에 구루마를 밀고 다니며 장사하는 홍익원

그 여자들 앞에 멈추니까 딱 다섯 개의

음료수를 사고서 서로가 돈을 안 내려고 하더라.

아니 나한테 자리 양보 해달라 하고

음료수 하나가 뭐라고 그들의 심보를 보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이해가 안 가고

아무리 돈이 많으면 뭐 하나? 제대로 쓸 줄 모르니

음료수 별로지만 그 뒤로는 물병만 봐도 그때

생각이 나는 것 보면 내게는 상처가 남았나 보다.

직접 본 일이라 오면서 그들 욕을 하다가 욕할

가치도 없다고 저런 사람이 내 나라에 사는 것이 부끄러웠다.

기가 막혀서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지금 현실을 보니 그때 일이 생각난다.

 

임신복

모이면 반갑다가도 저만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버스나 기차 비행기도 노약자의 자리가 있듯이

추석 전날 쇼파에 노인과 임산부가 양쪽으로 자고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듯했는데 차 안에서 운전사 뒷좌석

제일 안전한 곳에 임산부나 노약자 자리

우리 때는 배가 불러오면 죄지은 것처럼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텃세 부리는 것 같으니

대단한 일 했다고 남보다 더 앞서간다며

배를 더 내밀고 다니는 것 같은데 사실은 배가

불러오면 앞으로 내밀어야 편하니까 자동적이란다.

내가 봐도 이쁘다. 임신복도 패션 얘를

분만하고도 입을 수 있게 디자인도 편하고

멋있게 만들었으니 머 요즘은 임산부 배려를

잘해주어 남편까지 육아휴직 한다니

태명도 이쁜 이름으로 기억에 남기고 갈색

원피스 임신복 입은 배부른 조카딸에서

노랑 원피스에 쌘달 머리를 위로 짬 매고

마당 계단에 찍은 모습은 다섯 살쯤 보이는

꼬마가 임산부가 되었으니 한 시대가 지나갔다.

우리 때도 흔치 않은 임신복을 입었으니

시누이들이 솜씨가 좋아 양장점 해서 쉽게 얻어 입었지.

애들 생일이 늦은 봄 늦은 여름 한겨울

허리가 없는 긴 원피스 짧은 원피스 겨울 밤색

벨로아 원피스 분만하고도 겨울 원피스는 나의 외출복

다양하게 임신복은 철 따라 달랐지만

기성복이 아닌 시누이들이 솜씨가 묻은 이쁜 임신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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