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믿음 온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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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문학박사

오늘의 갈매못 순교성지가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순교자의 후예였던 고 정규량 레오(1883-1952년) 신부가 1925년 인근 신부들과 함께 목격 증인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순교지를 확인하고, 이듬해에 20평의 땅을 우선 매입해 1929년에 서울교구 천주교 유지재단에 귀속시켰기 때문이다. 그 후 갈매못이 순교성지로 다시 눈길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1962년 대전교구 대천 본당이 설립된 후 순교자 현양운동과 함께 1975년 9월 당시 대천 본당 주임이었던 고 정용택 사도 요한(1998년 7월 3일 선종) 신부가 순교 당시의 위치를 재확인하고 순교복자 기념비를 세우면서부터이다. 그 후 1985년 9월에 다섯 분의 순교성인 기념비와 야외제단이 세워졌다. 김동욱(金東旭.1922∼1990.1.29) 김동욱 문학..

승덕아!

작은아들 승덕아! 너는 어릴 때부터 기쁨이었어. 네가 대천에서는 제일 잘생기고 마음까지 어린애가 예뻤어, 크면서도 예쁘고 착하고 말도 잘 듣고 항상 잘 웃고 씨름도 잘하면서 가족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었어. 엄마아빠가 기쁜것은 너 보고 사람들이 돈복이 있다해서 더 예뻤나봐. 네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학부형 면담이 있어서 단임 선생님 뵈었지. 그때 너의 성적이 400명 중에 238등이더라 엄마도 충격이었지만 네가 더 실망하고 날마다 자율학습을 새벽까지 하면서 노력 끝에 상반기 중간고사 61등으로 올려놓았지. 얼굴이 핼쑥해지고 몸도 날씬해지면서 더 예뻤어 대전으로 액스포 연구단지 갔는데 기념사진에서 승덕이 어디있지 하니 엄마! 제일 잘생긴 애가 나니까 찾아봐요? 한가운데 애가 너였더라. 교복을 똑같이 입..

며늘아!

사랑하는 은주야! 이렇게 부르면서 너에게 내 마음 전하련다. 너를 오래전에 만났지 너희들이 대학 1학년 때 인가? 학교 홍보 책자 표지 모델에 네가 나와서 좋은 선한 눈을 가진 예쁜 학생이었어. 승완이가 좋아하는 것 같아서 인연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하늘이 주신 인연인지 나의 소망이 이루어졌고 네가 나의 며느리라는 게 너무 행복해 5년이란 캐나다 유학 중에도 변하지 않고 사랑을 지켜온 너의 순수함 칭찬한다. 기자라는 직업이 만만치 않은데 그 어려움 속에서 너의 남편 뒷바라지까지 하고 있으니 미안하고 고맙다. 한국 종합 예술학교에 들어가기가 힘들어서 졸업하면 감독이 되어 걱정이 없는 줄 알았는데 예술이란 멀고도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알고 보니 걱정이 되고 너도 글쓰는 일 많은 ..

아들아!

큰 아들 승완아! 어릴 때 고집이 너무 세어 버릇 고쳐 준다고 때리고 때리어도 울음이 그치지를 않아 엄마가 지쳐버렸어. 그리고 다시는 너를 때리지 않은 것은 나도 철이 안들어 아이들의 속성을 몰랐나봐. 고집이 있는 애는 달래야 하는 것을 엄마기에 쉽게 알았나. 너는 말귀를 잘 알아들어 잘한일은 칭찬하며 달래면서 키워야 한다고 네가 여섯 살 때였어. 누나 따라 학교에 가서 누나 선생님이 예쁘다고 하면서 이름 쓸 줄 알아 하니까 너는 책을 읽고 있었어 선생님이 놀라서 이다음 꼭 큰사람이 되겠다고 칭찬하더라. 학교에 들어가서 공부를 잘해서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주었고 너한테 기대에 부풀어있었지. 가장 힘든 고등학교 시절에 성적 하나 더 올리려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새벽녘까지 자율 학습 한다고 잠도 못 자는..

동휘 서진 서림 이야기

동휘이야기 은총 임진강이 보얗게 끼어있는 안개 속으로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고 있는 조용한 아침 파주 월드메르디앙 고층 아파트 주님을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에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저의 가족이 건강하게 함께 모일 수 있는 우애를 주시어 참 행복합니다. 언제나 저의 가족들이 좋은 생각으로 하루를 열어가게 하여 주시고 좋은 일을 하며 좋은 일만 있게 하여 주소서 얼마 있으면 당신이 주신 새 생명이 태어납니다. 당신의 크신 사랑에 감사드리며 아이도 엄마도 순산하여 반가운 얼굴로 상봉할 수 있도록 은총 주소서 몸이 불편하여도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손자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긍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생명의 잉태 새 생명 무사히 잘 지켜주시어 건강한 아이 머지않아 상봉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초산으로는 나..

바람부는 날

바람 부는 날 사나운 바람이 붑니다. 태풍인가 봅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일고 수풀이 흔들립니다. 눈만 뜨면 보이던 창밖 나무의 이파리가 떨어져 날립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가지가 부러질까 염려됩니다. 풀잎들이 엎드려 일어서지 못합니다. 밭고랑 콩 이파리마다 열매를 맺으려는데 비켜 가면 좋겠습니다. 노점상들이 물건을 펴놨다가 다시 보따리에 담습니다. 하늘을 쳐다봅니다. 하늘은 더 무섭게 검은 구름과 바람이 불어 대고 있습니다. 날라가 버릴 것 같은 거리에 바쁘게 바람을 헤치고 걷는 이들이 보입니다. 그 속에 끼어서 함께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누군가 그렇게 걷고 있습니다. 그렇게 걷고 있습니다.

은아야

사랑하는 은아야 나도 철이 덜 들었을 때 너를 만나서 나는 없어지고 엄마이름을 주어지더라. 너와의 첫 만남 너와 같이 예쁜 딸을 나에게 보내주신 하느님께 먼저 감사드린다. 너를 가져 열 달 동안 함께 웃으며 기뻐하며 네가 세상 속에 축복으로 태어나 예쁜 짓 하면서 매일매일 웃음을 주고 기쁨을 주면서 잘 자라 주었어. 취학 통지서를 받고 우리 딸 학교에 입학하네. 마음이 설레었고 나 혼자 학부형이 되는 것처럼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빨강 꽃무늬 긴소매 윈피스를 입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받아쓰기에 선생이 실수를했는지 다 맞았는데 하나에 작대기가 그어져 울면서 집에 왔길래 쫓아가 따져야하나 한적 있었어니 어릴때부터 너는 유난 했고 욕심도 많았으며 네가 유명해서 은아 엄마도 유명해졌단다. 건강하게 공부도..

원두막

원두막 파란 이파리 헤치면 멋대로 삐 뚫린 개구리참외 호박 참외 오이 참외 보송보송한 솜털 입고 빗장 열며 방긋 반기네 바람 솔솔 햇빛 솔솔 원두막이 춤추고 매미 소리 뜨름뜨름 여름을 이고 있네 풀 내음 흙내음 거름 내음 바람 내음 코 끗 스쳐도 시골이니 그러려니 시골 냄새려니 세월과 함께 원두막은 사라지고 방갈로 한 채가 우두커니 사람들 쉼터로 그리운 동심의 시절 오래전 원두막에 앉아있네 어린 시절도 원두막에 있네. 그렇게 앉아있네 임일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