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믿음 온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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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우리들 이야기 2020. 8. 25. 12:24

기억 <정성>

어릴 때 나 살던 집

누덕누덕 방바닥에 기름종이

장판을 위로 이쁘게 정성들여서

덧붙혔지만 불을 때면

빈틈에서 연기가 솔솔 나서

맥카 한 냄새가 옷에도 뱄다.

디 긋자 집에 정성들여서 손꼬락처럼

엮은 사립문 마당이 있고 장독몊에

나무 홈을 파서 돌담 사이로 연결되어

함석 다라에는 물이 항상 철철 넘어

동네 사람들은 우리 보러 부잣집이라 해서

부잣집 딸인 줄만 알았는데 그래서

어린애라도 구차한 짓은 안 하고

있는 척하며 재수 없는 아이였더라.

옛날에는 장독대를 장광 이라고 부르고

옆에는 손질 안 해 준 상나무 대추나무가

잎이 떨어지면 장독대가 지저분했지만

물로 씻어내고 정성들여 가꾼 맨드라미

수국이 향기는 없어도 장독대는 환했다.

동네 총각들 밤이면 회 파람 부르고

어둠이 내려오면 산마루에서 소쩍새 울면

산 목 안 한 국화무더기 혹시 꽃 필래나?

어느 시인의 시를 옴 조려 보기도 하였다.

하늘만 바라보고 농사짓던 시대

기우제를 지내면 과학으로 풀어보면

말도 안 되지만 정성이 하늘에

닿았나 빗방울이 몇 개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