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믿음 온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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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아야

사랑하는 은아야 나도 철이 덜 들었을 때 너를 만나서 나는 없어지고 엄마이름을 주어지더라. 너와의 첫 만남 너와 같이 예쁜 딸을 나에게 보내주신 하느님께 먼저 감사드린다. 너를 가져 열 달 동안 함께 웃으며 기뻐하며 네가 세상 속에 축복으로 태어나 예쁜 짓 하면서 매일매일 웃음을 주고 기쁨을 주면서 잘 자라 주었어. 취학 통지서를 받고 우리 딸 학교에 입학하네. 마음이 설레었고 나 혼자 학부형이 되는 것처럼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빨강 꽃무늬 긴소매 윈피스를 입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받아쓰기에 선생이 실수를했는지 다 맞았는데 하나에 작대기가 그어져 울면서 집에 왔길래 쫓아가 따져야하나 한적 있었어니 어릴때부터 너는 유난 했고 욕심도 많았으며 네가 유명해서 은아 엄마도 유명해졌단다. 건강하게 공부도..

원두막

원두막 파란 이파리 헤치면 멋대로 삐 뚫린 개구리참외 호박 참외 오이 참외 보송보송한 솜털 입고 빗장 열며 방긋 반기네 바람 솔솔 햇빛 솔솔 원두막이 춤추고 매미 소리 뜨름뜨름 여름을 이고 있네 풀 내음 흙내음 거름 내음 바람 내음 코 끗 스쳐도 시골이니 그러려니 시골 냄새려니 세월과 함께 원두막은 사라지고 방갈로 한 채가 우두커니 사람들 쉼터로 그리운 동심의 시절 오래전 원두막에 앉아있네 어린 시절도 원두막에 있네. 그렇게 앉아있네 임일순

행복한 사람

생명 잉태 어미니 저 아이가 생겼어요 며느리의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형님은 아직 아이가 없는데 제가 먼저 가져서 어떡해요 괜찮아 축하해 이 말이 듣고 싶었을 것이다. 너무 예쁘다. 우리 집의 한 생명을 잉태하고 기뻐하는 것을 보니 올해는 딸도 엄마가 되어 나한테 손주를 안겨 주었는데 손주 복이 터진 것인가? 나도 무지하게 반갑다. 어머니 오이소박이 콩장 좀 만들어 주세요. 그런 것이 아이한테 좋다고 했어요. 벌써부터 아이 생각만 하는 게 신통하기도 하다. 아직 철이 없는 어린아이 같았는데 아이를 같고 나더니 제법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 여름이라 택배로 보내면 실 것 같아 시아버지가 여러 가지 반찬을 챙겨 가지고 갔다. 손주 사랑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함께 해야 하나 보다. 맛있게 먹어주..

우리

우리 가랑잎 뒹구는 소리가 쓸쓸하게 들려오는 늦은 가을밤 그녀는 왠지 외롭고 고독한 밤이었다. 이따금 씩 밖에서는 술 취한 사람들의 노래 소리가 간간 이 들려오고 창밖을 내다보니 어두운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말없이 창밖을 내다보던 그녀는 어느새 옛날로 돌아가 지난 시간 속에 묻혀있었다. 시간이 가는대로 세월도 많이 흘러갔지만 그래도 겨울이면 햇빛이 잘 들어오고 심야전기로 따뜻했던 아자트가 되어버린 우리들의 방 지금 뭐해? 여기 다 모였어 빨리 와 고스톱 쳐야지. 응 그래 지금 간다. 우리는 모이기만 하면 그냥 좋았고 젊디 젊은 시절부터 눈빛만 보아도 그들의 심정을 알 수 있듯이 그렇게 우리는 친숙하고 평범한 친구들이었다.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면서 보통 아줌마들이 걷는 길을 그녀도 ..

할머니 일기

할머니 몇 년 지났나 친구 모임에 나갔는데 그 친구가 손주를 데리고 왔다. 손주 보러 아가 할머니한테 인사드려 나는 충격을 받았다. 아니 내가 무슨 할머니야?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친구들이 할머니가 되어가면서 나도 할머니가 되고 싶었다. 나의 딸이 오래 기다리다 올해 엄마가 되었다. 예쁜 아이를 출산했다. 나는 할머니가 되었다. 어릴 때 나의 할머니는 늙어서 늙어야 할머니인 줄 알았었는데 내가 할머니가 되고 보니 젊은 할머니로 생각된다. 요즘은 아기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와서 아기를 위한 육아일기를 할머니가 쓰고 있다. 예전에 사느라 바빠서 써보지 못했던 신생아 육아일기 너무 재미있고 좋은 세상에 살기에 가능하다. 오늘도 나의 손주의 사진을 기다리며 사랑한다고 신세대 할머니의 육아일기를 쓰고 있..

壽宴

천안 오룡동 성당 주임신상욱 토마신부님 60회壽宴 환갑 천안 오룡동 성당 신상옥 토마 신부님 60회 壽宴 푸르른 녹음 내음이 짙은 7월의 첫날 진심으로 신부님의 壽宴 축하드립니다. 신부님이 저의 대천 본당에 처음 부임해서 오시던 날 신부님 맞으러 교우들이 모였었지요. 그때 신부님께선 까만 수단을 입으시고 약간의 그을린 듯한 세련되고 멋있는 분이셨죠. 자 들 본당 안으로 들어갑시다. 먼저 하느님께 인사드려야지요. 하시고는 안으로 들어가셔서 제대 앞에 무릎 꿇으시고, 한참을 기도하시고는 우리를 향해서, 반갑습니다. 오늘부터 여러분들과 형제 되어 주님의 사랑을 실천합시다. 그렇게 신부님과 인연이 되어 5년이란 시간을 함께 했지요. 여름 하계수련 해수욕장 초등학교 마당에서 그날 밤 보름달이 별들 사이로 지나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