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믿음 온유 사랑>

나의 글 1413

승덕아!

작은아들 승덕아! 너는 어릴 때부터 기쁨이었어. 네가 대천에서는 제일 잘생기고 마음까지 어린애가 예뻤어, 크면서도 예쁘고 착하고 말도 잘 듣고 항상 잘 웃고 씨름도 잘하면서 가족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었어. 엄마아빠가 기쁜것은 너 보고 사람들이 돈복이 있다해서 더 예뻤나봐. 네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학부형 면담이 있어서 단임 선생님 뵈었지. 그때 너의 성적이 400명 중에 238등이더라 엄마도 충격이었지만 네가 더 실망하고 날마다 자율학습을 새벽까지 하면서 노력 끝에 상반기 중간고사 61등으로 올려놓았지. 얼굴이 핼쑥해지고 몸도 날씬해지면서 더 예뻤어 대전으로 액스포 연구단지 갔는데 기념사진에서 승덕이 어디있지 하니 엄마! 제일 잘생긴 애가 나니까 찾아봐요? 한가운데 애가 너였더라. 교복을 똑같이 입..

며늘아!

사랑하는 은주야! 이렇게 부르면서 너에게 내 마음 전하련다. 너를 오래전에 만났지 너희들이 대학 1학년 때 인가? 학교 홍보 책자 표지 모델에 네가 나와서 좋은 선한 눈을 가진 예쁜 학생이었어. 승완이가 좋아하는 것 같아서 인연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하늘이 주신 인연인지 나의 소망이 이루어졌고 네가 나의 며느리라는 게 너무 행복해 5년이란 캐나다 유학 중에도 변하지 않고 사랑을 지켜온 너의 순수함 칭찬한다. 기자라는 직업이 만만치 않은데 그 어려움 속에서 너의 남편 뒷바라지까지 하고 있으니 미안하고 고맙다. 한국 종합 예술학교에 들어가기가 힘들어서 졸업하면 감독이 되어 걱정이 없는 줄 알았는데 예술이란 멀고도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알고 보니 걱정이 되고 너도 글쓰는 일 많은 ..

아들아!

큰 아들 승완아! 어릴 때 고집이 너무 세어 버릇 고쳐 준다고 때리고 때리어도 울음이 그치지를 않아 엄마가 지쳐버렸어. 그리고 다시는 너를 때리지 않은 것은 나도 철이 안들어 아이들의 속성을 몰랐나봐. 고집이 있는 애는 달래야 하는 것을 엄마기에 쉽게 알았나. 너는 말귀를 잘 알아들어 잘한일은 칭찬하며 달래면서 키워야 한다고 네가 여섯 살 때였어. 누나 따라 학교에 가서 누나 선생님이 예쁘다고 하면서 이름 쓸 줄 알아 하니까 너는 책을 읽고 있었어 선생님이 놀라서 이다음 꼭 큰사람이 되겠다고 칭찬하더라. 학교에 들어가서 공부를 잘해서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주었고 너한테 기대에 부풀어있었지. 가장 힘든 고등학교 시절에 성적 하나 더 올리려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새벽녘까지 자율 학습 한다고 잠도 못 자는..

바람부는 날

바람 부는 날 사나운 바람이 붑니다. 태풍인가 봅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일고 수풀이 흔들립니다. 눈만 뜨면 보이던 창밖 나무의 이파리가 떨어져 날립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가지가 부러질까 염려됩니다. 풀잎들이 엎드려 일어서지 못합니다. 밭고랑 콩 이파리마다 열매를 맺으려는데 비켜 가면 좋겠습니다. 노점상들이 물건을 펴놨다가 다시 보따리에 담습니다. 하늘을 쳐다봅니다. 하늘은 더 무섭게 검은 구름과 바람이 불어 대고 있습니다. 날라가 버릴 것 같은 거리에 바쁘게 바람을 헤치고 걷는 이들이 보입니다. 그 속에 끼어서 함께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누군가 그렇게 걷고 있습니다. 그렇게 걷고 있습니다.

은아야

사랑하는 은아야 나도 철이 덜 들었을 때 너를 만나서 나는 없어지고 엄마이름을 주어지더라. 너와의 첫 만남 너와 같이 예쁜 딸을 나에게 보내주신 하느님께 먼저 감사드린다. 너를 가져 열 달 동안 함께 웃으며 기뻐하며 네가 세상 속에 축복으로 태어나 예쁜 짓 하면서 매일매일 웃음을 주고 기쁨을 주면서 잘 자라 주었어. 취학 통지서를 받고 우리 딸 학교에 입학하네. 마음이 설레었고 나 혼자 학부형이 되는 것처럼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빨강 꽃무늬 긴소매 윈피스를 입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받아쓰기에 선생이 실수를했는지 다 맞았는데 하나에 작대기가 그어져 울면서 집에 왔길래 쫓아가 따져야하나 한적 있었어니 어릴때부터 너는 유난 했고 욕심도 많았으며 네가 유명해서 은아 엄마도 유명해졌단다. 건강하게 공부도..

원두막

원두막 파란 이파리 헤치면 멋대로 삐 뚫린 개구리참외 호박 참외 오이 참외 보송보송한 솜털 입고 빗장 열며 방긋 반기네 바람 솔솔 햇빛 솔솔 원두막이 춤추고 매미 소리 뜨름뜨름 여름을 이고 있네 풀 내음 흙내음 거름 내음 바람 내음 코 끗 스쳐도 시골이니 그러려니 시골 냄새려니 세월과 함께 원두막은 사라지고 방갈로 한 채가 우두커니 사람들 쉼터로 그리운 동심의 시절 오래전 원두막에 앉아있네 어린 시절도 원두막에 있네. 그렇게 앉아있네 임일순

행복한 사람

생명 잉태 어미니 저 아이가 생겼어요 며느리의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형님은 아직 아이가 없는데 제가 먼저 가져서 어떡해요 괜찮아 축하해 이 말이 듣고 싶었을 것이다. 너무 예쁘다. 우리 집의 한 생명을 잉태하고 기뻐하는 것을 보니 올해는 딸도 엄마가 되어 나한테 손주를 안겨 주었는데 손주 복이 터진 것인가? 나도 무지하게 반갑다. 어머니 오이소박이 콩장 좀 만들어 주세요. 그런 것이 아이한테 좋다고 했어요. 벌써부터 아이 생각만 하는 게 신통하기도 하다. 아직 철이 없는 어린아이 같았는데 아이를 같고 나더니 제법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 여름이라 택배로 보내면 실 것 같아 시아버지가 여러 가지 반찬을 챙겨 가지고 갔다. 손주 사랑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함께 해야 하나 보다. 맛있게 먹어주..

우리

우리 가랑잎 뒹구는 소리가 쓸쓸하게 들려오는 늦은 가을밤 그녀는 왠지 외롭고 고독한 밤이었다. 이따금 씩 밖에서는 술 취한 사람들의 노래 소리가 간간 이 들려오고 창밖을 내다보니 어두운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말없이 창밖을 내다보던 그녀는 어느새 옛날로 돌아가 지난 시간 속에 묻혀있었다. 시간이 가는대로 세월도 많이 흘러갔지만 그래도 겨울이면 햇빛이 잘 들어오고 심야전기로 따뜻했던 아자트가 되어버린 우리들의 방 지금 뭐해? 여기 다 모였어 빨리 와 고스톱 쳐야지. 응 그래 지금 간다. 우리는 모이기만 하면 그냥 좋았고 젊디 젊은 시절부터 눈빛만 보아도 그들의 심정을 알 수 있듯이 그렇게 우리는 친숙하고 평범한 친구들이었다.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면서 보통 아줌마들이 걷는 길을 그녀도 ..

壽宴

천안 오룡동 성당 주임신상욱 토마신부님 60회壽宴 환갑 천안 오룡동 성당 신상옥 토마 신부님 60회 壽宴 푸르른 녹음 내음이 짙은 7월의 첫날 진심으로 신부님의 壽宴 축하드립니다. 신부님이 저의 대천 본당에 처음 부임해서 오시던 날 신부님 맞으러 교우들이 모였었지요. 그때 신부님께선 까만 수단을 입으시고 약간의 그을린 듯한 세련되고 멋있는 분이셨죠. 자 들 본당 안으로 들어갑시다. 먼저 하느님께 인사드려야지요. 하시고는 안으로 들어가셔서 제대 앞에 무릎 꿇으시고, 한참을 기도하시고는 우리를 향해서, 반갑습니다. 오늘부터 여러분들과 형제 되어 주님의 사랑을 실천합시다. 그렇게 신부님과 인연이 되어 5년이란 시간을 함께 했지요. 여름 하계수련 해수욕장 초등학교 마당에서 그날 밤 보름달이 별들 사이로 지나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