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믿음 온유 사랑>

나의 글/나의 이야기

상상의 날개를 펴고

우리들 이야기 2021. 4. 24. 14:55

상상의 날개를 펴고

엄마가 젊어서 살림이란 것은 하나도 안 해보았는데 시집와서 며느리가

되고 보니 무언가 다른 삶을 해야 했습니다.

나만 알고 살아온 날들이 엄마라는 이름이 주어졌을 때 나도 모르게 엄마가

되어가며 나는 없어지고 아내라는 여자와 엄마라는 여자만 있었답니다.

아이가 늘어가는 대로 순했던 양이 호랑이가 되어가고 이웃과도 잘 지내면서도

손해 보는 일은 안 하려 했으니 어쩌다 보니 속물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찬란하고 사라지는 무지개 꿈도 아름다운 꽃이 피기도 전에 지고 남은 것은 삶의 굴레.

자랑스럽지도 않은 사업을 한다고 째는 것은 끝이 없었으니 상상의 날개는 접어야 했습니다.

이런저런 상상의 꿈은 멀어져가고 아들이 자율학습할 때 밤은 깊었는데 포장이 안 된

신작로 트럭은 달리고 심란해서 가까운 학교를 남편하고 갔는데 운동장 마당에 가지런히

세워진 자전거 아이들이 하나둘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어두침침한 한밤중 내 아들이

나오는데 할아버지와 너무 똑같아 놀랬고 남편하고 뒤에 따라오다 보니 어쩜 자전거 탄

모습도 할아버지와 똑같아 차라리 남편을 닮지 왜 할아버지야 한 적이 있었답니다.

성격이 이상해서 눈치나 보았던 할아버지 성격만 닮은 줄 알았는데 모습이 이렇게 같다니

유전자는 남편을 건너서 손자가 닮았어요.

어릴 때부터 별로 정이 안 들은 우리 아버지하고 시아버지는 친구였는데 바람나 시어머니를

배신했기에 나도 그런 시아버지가 미웠습니다.

맏며느리로 사업한다고 복잡해 생각하기 싫은 젊음이 아픈 청춘이었답니다.

거기다 아버님 병치레로 젊은 새댁이 온 동네 다니면서 돈 꾸러 다녔는데 그래도 남편을

사랑했기에 나의 애들과 남편 마음만 가지고 있었답니다.

제일 안째는 철은 봄인데 어느 날 공장 식구하고 해수욕장 술집에 갔는데 남편이 사장이라고

술집 마담에게 술을 따라주라고 옆에 앉게 직원들이 하였는데 사장 마누라로 속은 상했지만

웃었던 적이 남편이 됐다고 하니 그 마담이 눈치챘는지 딴 자리로 갔던 적이 있었는데

다 지나간 일이고 그런 세월을 보냈다는 것이 추억이 되었습니다.

상상의 날개가 앞으로 나는 것보다는 지난날들이 더 길어지고 이제는 상상일 뿐이지요.

마당이나 거실이 지저분해도 빗자루 한번 안 들은 남편이 내가 하던 일을 다 하며 지금은

아이들은 서울에 살고 우리 둘만 남아서 주방장이 되었고 이름이 홍 줌 마가 되었답니다.

남편의 어릴 때 상상은 아름다운 날들이었을 텐데 아무도 안 가본 날이라 웃음이 양념이 아니던가요?

상상의 양념대로 천 태만 태의 맛이 나오지만 원재료의 맛은 하나이듯 우리들의 긴 세월이

예술이듯이 세상에서는 아픈 사연 속에서도 기억하고 싶은 날들이 있기에 지나온 날들이

영화 같은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 지나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림 잘 그리고 운동 잘하고 영화나 작품이 예술인 줄 만 알았는데

사는 것이 전부 예술이었고 상상하는 대로 새로운 작품이 나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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