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지은 내집 길다란 꽃밭을 만들고 담밑에다 봉숭아 채송화 서광 분꽃 꽃씨를 뿌리고 나서 넝쿨 장미나무는 막걸리 붓고 꽃씨뿌린 땅위에는 물도 주고 밤에는 이슬이 내려주어 봄비가 오면 새싹이 돋아나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날 꽃밭에는 다양한 여러꽃들이 움트더니 어느새 마디마다 꽃봉우리가 맺히고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여기저기 다니다가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씨앗을 뿌릴 곳이 없어서 집을 잃어버리고 있었습니다. 내 삶이 전부가 서려있던 그 꽃밭 눈만 뜨면 담아래 넓으러진 꽃들과 놀았으며 여름이면 가지 풋고추가 식탁에 올랐는데 모두가 사라지고 찬바람이 마음속에 부는지 삭막해지고 메말라갔습니다. 서울에 갔다가 다시 대천으로 오고보니 옛날 내 청춘이 서려있던 그집에는 주인이 바뀌어 그집앞을 지나노라면 담너머 넝쿨장미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