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믿음 온유 사랑>

나의 글/인생 이야기

처음 지은 내집

우리들 이야기 2021. 5. 29. 17:26

 

처음 지은 내집

길다란 꽃밭을 만들고 담밑에다 봉숭아 채송화 서광 분꽃
꽃씨를 뿌리고 나서 넝쿨 장미나무는 막걸리 붓고 꽃씨뿌린

땅위에는 물도 주고 밤에는 이슬이 내려주어 봄비가 오면

새싹이 돋아나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날 꽃밭에는 다양한

여러꽃들이 움트더니 어느새 마디마다 꽃봉우리가 맺히고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여기저기 다니다가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씨앗을

뿌릴 곳이 없어서 집을 잃어버리고 있었습니다.

내 삶이 전부가 서려있던 그 꽃밭 눈만 뜨면 담아래 넓으러진 꽃들과

놀았으며 여름이면 가지 풋고추가 식탁에 올랐는데 모두가 사라지고

찬바람이 마음속에 부는지 삭막해지고 메말라갔습니다.
서울에 갔다가 다시 대천으로 오고보니 옛날 내 청춘이 서려있던

그집에는 주인이 바뀌어 그집앞을 지나노라면 담너머

넝쿨장미만 반갑다 한들 한들 무지하게 반가웠습니다.

 

처음 지은 내집

집들이 하던 날 국화 화분 2개를 선물로 받았는데

가을겨울 국화향이 마당에 풍겨주더니 이른봄

처음 내손으로 산목 하였는데 화분이25개 였습니다.

여름이면 물을 주고 밤이면 이슬맞히면서 가을에

피어날 국화를 가지런히 마당에 느러놓고 화분만

보아도 안먹어도 배불렀답니다.

화분이 옮기는대로 꽃밭이 되어 가을이면 대문밖에까지

국화향이 사람을 불렀는데 지나던 사람들은 안보이고

꽃화분도 간곳없이 설렁한 아파트에 벤자민 나무가

꽃밭이라 하지만 처음 지은 정든 그집 빨강지붕 아래

그 집주인이 나였는데 지나간 날들이 나를 슬프게 하면서

서쪽새가 울어대면  내마음은 그때의 국화를 그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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