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믿음 온유 사랑>

나의 글/(시) 이야기

반달

우리들 이야기 2021. 3. 31. 15:34

반달

햇빛이 쨍쨍 숨이 막히게 부서지던 날

군데군데 심어진 봉숭아꽃

좁고 길 다란 꽃밭 담벼락에 잎새는 축

늘어지어 꽃만 사이사이 보이던 날에

소녀를 설레게 하던 추억이 묻은 여름꽃

어릴 때는 집마다 울 밑에는 봉숭아가 있고

봉숭아 하면 손톱에 물들이는 붉은 꽃잎

네가 가면 가을이 온다고 가지 말라고

붙잡고 매달려도 가고야 마는 매정한 봉숭아꽃

손톱에 너의 흔적만 남기고 꺼져가는 봉숭아

색이 바래 지만 손톱에 물든 봉숭아는

겨울까지 가도 남아서 반달의 손톱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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