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할머니. 남편은 병원 가느라 마음이 바뻤던 아침인데 벌써 도착해서 아들하고 식당에 왔다고 전화왔다. 아무도 없는 빈집 심심해 혼자서 폰에 담긴 순천만 갈대숲이 눈에 들어와 그때를 기억해본다. 오래전 순천만 갈대숲에 내가있었으며 청바지 베이지색 리트를 입고 핑크색 모자와 썬그라스를 걸쳤던 그 여인은 젊은 할머니지만 걷지 못해서 이리저리 구부러진 논뚝길을 휠체로 지났는데 겨울햇빛이 창문에 들어오니 그가을의 햇빛 같으며 세어보니 그때가 몇년 지나갔다. 바람 부는대로 한들대던 황금색 보라색이 섞여진 갈대숲 바닥사이로 기어다니는 쫄망게에서 내가 보였다. 젖은하얀마음 겨울의 한가운데 추억만 남기고 저만치 멀어져가는 희미한 가을햇빛을 품어본다. 허무 옛날 어른들이 젊음은 돈 주고도 못산다 해서 나는 생전 안 늙..